21일 이상일 시장이 양지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용인시


(뉴스영 이현정 기자)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또 한 번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장 중심의 행정 리더십으로 알려진 그는 이번에는 그림과 상상력의 세계를 들고 시민 곁으로 다가갔다.

21일 처인구 양지면 양지노인대학에서 100여 명의 어르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인간의 상상력과 그림의 세계’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이 열렸다.

이상일 시장은 극사실주의에서부터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 사조와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며, 미술 작품을 매개로 예술과 삶, 그리고 도시의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린 ‘차이나는 아카데미’ 기획 강연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작품들과 화가들 스토리’를 주제로 세계적 명화와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의 힘을 소개할 정도로 예술분야에도 박식하다.

또한 민선 8기 취임 이후에도 3년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시민과 행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시민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에도 예술의 감성,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예술의 셰계에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예술적 사례를 행정에 비교한 이야기로 풀어갔다.

■ “그림은 단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유와 상상을 깨우는 것”

이 시장은 “예술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에서 비롯된 시대의 언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그림은 단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유와 상상을 깨우는 것”이라는 말로,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극사실주의 화가 이석준의 ‘사유적 공간’을 예로 들며, “백마와 책이 함께 있는 이 작품은 현실에선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조합되어 있다”며 “이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이 적용된 것으로, 상상을 자유롭게 전개해 보라는 뜻이 담긴 그림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과 ‘이미지의 배반’도 소개됐다. 이 시장은 “낮의 하늘과 밤의 주택과 호수 풍경을 한 화면에 담은 ‘빛의 제국’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조합으로 상상력을 통해 완성된 초현실주의적 작품”이라며 “작가는 관람자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이 예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에 대해선 “이 작품은 파이프를 그렸지만, 실제 파이프는 아니죠.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정관념을 깨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마그리트의 ‘개인적 가치’를 예로 들며 “그림 속 일상의 사물들이 실제보다 기이하게 크게 묘사되어 있는 것은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전통미술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뜻도 있다. 예술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에서 그 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상일 시장이 양지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용인시


■ “예술은 관찰과 상상, 실험과 시도로 열린다”

피카소, 달리, 뒤샹 같은 혁신가들도 이 시장의 강연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났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에 대해 그는 “전통적인 화풍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알제의 여인들’이 1억 7930만 달러에 팔렸다는 이야기에선 단순한 모방이 아닌 상상력으로 창조를 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카소가 자전거 부품으로 만든 조각 ‘황소 머리’를 통해 “쓰레기도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뒤샹의 ‘샘’과 ‘병걸이’는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판매용 소변기에 서명만 하고 예술로 제시한 이 작품에 대해 “누구도 하지 않았던 도전이었기에 예술의 확장을 가능케 했습니다”고 소개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에 대해선 “녹아내리는 시계를 통해 시간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려 한 작품”이라며 “그는 녹는 치즈를 보며 그림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관찰력과 상상력의 결합이 얼마나 위대한 창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 “도시를 설계하는 데에도 예술이 필요합니다”

이상일 시장은 예술과 도시의 관계를 강조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피에트 몬드리안의 추상화 이야기를 통해 그는 “워홀이 반복해서 그린 ‘캠벨 수프 캔’은 가난한 시절 그가 실제로 자주 먹었던 식품이자, 대량생산·몰개성화 시대를 상징하는 오브제였다”며, “그림이 아니라 인쇄 기법인 실크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찍어내면서, 예술작품이 꼭 하나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이 시장은 기하학적 추상화의 선구자인 피에트 몬드리안에 대해서도 “세상의 본질을 최소한의 요소로 압축하고자 했던 화가"라며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빨강·파랑·노랑의 삼원색만으로도 세계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고 작품활동을 한 결과 독특한 화풍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 외벽에 몬드리안의 색감과 구도를 적용한 사례처럼, 산업공간에도 예술의 감성을 입힐 수 있다”며 “도시를 운영하는 시장으로서 예술의 세계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 뒤샹의 수염 그린 패러디 ‘L.H.O.O.Q’,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사계 연작’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는 예술이 어떻게 시대를 초월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이어주는지 흥미로운 일화와 함께 풀어냈다.

■ 어르신 수강생들 “새로운 시정의 바탕을 본 느낌”

이 시장은 16세기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사계 연작’과 ‘황제의 초상’ 등을 소개하며 “꽃과 과일, 채소 등으로 인물을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매우 창의적이어서 예술계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 조각가 필립 하스가 아르침볼도의 '사계 연작'을 본 따 미국 뉴욕 식물원에 4.6미터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는데, 예술가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시대를 초월해 예술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들은 수강생들은 ▲“미술의 다양한 세계를 재미있게 경험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담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상일 시장이 예술에 대해 이토록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정 성과의 바탕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용인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 행정가로 알려진 이상일 시장. 그가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철학을 시민들과 나눈 이번 강연은, 단순한 미술 특강을 넘어 ‘예술을 품은 도시 용인’의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