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수원군공항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범대위
(뉴스영 이현정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수원 군공항 화성이전과 경기국제공항 추진 계획에도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환경과 안전을 무시한 채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밀어붙인 ‘공항 건설 신화’는 이제 법원과 시민의 저항 앞에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수원 군공항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는 11일 긴급 성명을 내고 “이번 새만금 판결은 공항 시대의 종언을 알린 선언”이라며 “경기도와 수원시는 시민의 뜻을 직시하고, 수원 군공항 이전과 화옹지구 국제공항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화옹지구가 단순한 ‘공항 후보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권고된 한국 갯벌의 핵심이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공식 등재된 국제 생태 보고다.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등 멸종위기 철새 수십 종이 매년 이곳을 찾아 생존을 이어간다. 국제사회가 보호하라고 공인한 지역에 활주로를 깔겠다는 발상은 ‘국제적 약속의 파기’이자 ‘생태계 파괴 선언’에 다름 아니다.
민물도요새가 화성습지에서 떼를 지어 비행하는 모습/사진=범대위
법원 역시 이번 새만금 판결에서 조류충돌 위험 축소,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가능성, 유네스코 권고 무시 등을 지적하며 국토부의 안일한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화옹지구 공항 추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경고장’이다. 새만금보다 더 많은 철새가 모여드는 화옹지구에서 공항을 추진한다는 것은 인명과 생태를 동시에 위협하는 자해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서울행정법원까지 260km를 행진했고, 경기지역 시민 100여 명이 동참해 수원 군공항 폐쇄와 경기국제공항 백지화를 외쳤다. ‘260km 발걸음’이 만들어낸 판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생명·평화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 전면 중단 ▲경기국제공항 건설계획 백지화 ▲수원 군공항 종전부지의 생태녹지 전환. 이들은 “이 길만이 인명과 자연을 지키고,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판결’은 단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리한 공항 건설의 민낯을 드러낸 이번 판결은 화성 화옹지구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강행한다면, 경기도와 수원시는 법원과 시민 모두를 거역하는 시대착오적 집단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