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영 김동윤 기자) 경기도 화성시 새솔동 ‘깡통 상가 분양’ 의혹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수원축산농협(이하 수원축협) 율전지점의 불법 대출 사태가 인근 지역 금융기관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점 단위의 일탈이 아닌, 지방 2금융권 전반에 걸친 감시 시스템 붕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수원축협 율전지점은 지난해부터 약 1년에 걸쳐 총 123억 원의 상가 담보 대출을 실행했다. 모든 대출이 지점장 전결 한도인 10억 원을 피하기 위해 9억 9천만 원 이하로 쪼개졌으며, 대출 명의자 대부분은 시행사 대표 황모 씨의 처, 자녀, 여동생, 처제 등 가족과 지인으로 구성됐다. 심지어 해당 지점의 한 직원은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분양을 받았고, 본인 명의로도 타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상가를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수법이 율전지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성, 안산, 의왕 등의 축협과 단위농협, 신협 등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대출이 확인되며,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 사태가 '깡통 분양 커넥션'에 의한 조직적 대출 구조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브로커나 설계자가 존재하며, 이들이 설계한 대출 패키지가 여러 지점에 공급된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상가 공실률이 높은 가운데, 중복 담보 설정도 심각한 문제다. 한 건물에 3~4곳의 금융기관이 동시에 담보권을 설정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분양가 기준으로 감정된 부동산의 실제 경매 낙찰가는 3억 원대에 불과했으며, 감정가는 최대 12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감정평가사, 대출 담당자, 시행사가 구조적으로 공모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대출 실행이 내부적으로 인지됐던 시점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점이다. 수원축협은 해당 대출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담당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6월 30일 자로 동시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조용히 조직을 떠났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고를 덮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법”이라며 “책임자를 보호하고 현장만 정리하는 식의 대응은 금융기관의 신뢰를 더욱 실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공모나 심각한 감시 회피 정황이 확인될 경우, 조합장 및 지점장 직무 정지, 사고 조합 여신 제한, 형사 고발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지점 단위의 일탈을 넘어 본점까지 연결되는 감시 실패의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와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가를 분양받은 조합원 및 투자자들은 이미 원금 회수는커녕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조합원 김모 씨는 “책임자들은 퇴직금 받고 떠났는데, 결국 손해는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새솔동 상가 대출 사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반복된 지점 전결 대출, 부풀린 감정가, 중복 담보 설정이라는 세 가지 퍼즐은 지역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실질적 조사와 책임자 문책 없이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