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장항습지 우수사례 발표하고 있다./사진=고양시
(뉴스영 이현정 기자) 고양특례시가 전 세계 앞에 ‘도심형 습지 보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동환 시장은 2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에서 열린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의 이클레이 도시 생물다양성 센터(ICLEI CBC) 주관 특별세션에서 고양 장항습지의 혁신적 보전 사례를 발표하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 시장은 “장항습지는 대한민국 수도권이라는 개발 압력 속에서도 매년 3만 마리 이상의 겨울철새가 찾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며 “이 습지를 지켜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드론을 활용한 먹이주기 봉사, 기부 곡물을 재활용한 철새 먹이 제공, 무논 조성 등 시민 주도의 생활밀착형 생태보전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고양시는 산업·농업용으로 사용하던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생태보전에 도입해 철새와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도 성과를 거뒀다. 폐기 예정이던 곡물을 세관으로부터 기부받아 철새 먹이로 활용하는 등 폐기물을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생태모델도 주목받았다.
실제로 장항습지에서는 올해까지 AI 발생 사례가 전무했으며, 지난 3월에는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 21마리가 집단 도래해 2주 이상 머물며 생태보전 효과를 입증했다.
이날 특별세션에는 일본 나고야, 남아공 오보스트랜드, 인도 코치 등 세계 4개 도시가 참여했으며, 대한민국 도시로는 고양시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현장에는 무손다 뭄바 람사르협약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마루마 므레미 UNEP 세계물위원회 사무차장 등 약 150여 명의 국제대표단이 참석해 도심형 습지 보전의 중요성과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연계 필요성에 공감했다.
칠레 발디비아시의 카를라 안드레아 암트만 페치(Carla Andrea Amtmann Fecci) 시장과 면담 중인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사진=고양시
이동환 시장은 이날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 니콜라 크록포드 최고정책관과도 면담을 갖고, 세계적으로 100마리 이하만 남은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보호를 위한 국제도시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시장은 “국경 없는 철새 보호를 위해 글로벌 연대가 절실하다”며 “한국 순천, 중국 치치하얼과 함께 구축한 두루미 네트워크와 같은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칠레 발디비아시의 카를라 안드레아 암트만 페치 시장과의 회담에서도 이 시장은 고양시의 민간 협력과 기업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습지보전 모델을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제안했다. 페치 시장은 고양시의 경험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오는 2027년 발디비아에서 열리는 ‘습지도시 시장단 회의’에 고양시를 공식 초청했다.
이동환 시장은 “습지는 특정 지역만의 자산이 아닌, 인류 모두가 지켜야 할 공동 자산”이라며 “고양시가 실천하고 있는 시민 중심의 도심형 습지보전 모델이 국제사회와 함께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