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영 이현정 기자) 정부가 마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지난 22일,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땡볕을 뚫고 찾아온 시민들의 긴 한숨이 이어졌다. 시스템 오류로 발급이 중단된 것도 모자라, 현장의 대응마저 무책임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70대 김 모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소비쿠폰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출생년도에 따라 화요일로 정해진 발급일에 맞춰 방문한 것이다. 그러나 김 씨는 약 20분간 이어진 행정안전부 전산 시스템 오류로 쿠폰을 발급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담당 직원들은 폭염 속에 대기하는 시민들에게 “언제 복구될지 모르니 힘드시면 다음 주에 다시 오시라”는 안내를 했고, 사실상 발급을 포기하라는 식의 대응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 수원지역은 32도를 웃도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했지만, 좁은 대기 공간은 인파로 붐볐다.
수원시는 이번 소비쿠폰 발급을 위해 ‘정보통신지원반’과 ‘민원대응반’을 포함한 전담 TF팀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스템 오류라는 돌발 상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시민들은 정부 전산 오류라는 변명 뒤에 숨어 있는 탁상행정과 현장의 무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예측 불가능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기다리시거나 다음 주에 오시라고 안내했을 뿐, 무작정 돌려보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책이 정작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허탈한 뒷모습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김 씨는 “정부에서 주는 혜택이라기에 무더운 날씨에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냥 다음에 오라는 말만 들었다”며 “노인들이 이런 날씨에 두 번 세 번 헛걸음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민생을 위하는 행정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스템 장애는 중앙정부의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지자체와 현장의 세심한 대응이 아쉬웠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노인과 취약계층이 주 대상인 사업에서 이 같은 행정 공백은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민생 회복’을 외친 정책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을 키우는 ‘행정 편의주의’로 전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