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근 시장이 자살예방 핫라인센터를 방문해 상담환경을 점검하고 있다./사진=화성시


(뉴스영 이현정 기자) 한 통의 전화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화성특례시가 스스로 삶을 놓으려는 이들을 위해 내민 손, ‘자살예방 시장 핫라인’이 그 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난 12일, 시청 안전대책회의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살률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직후다. 화성시는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며, 지역사회 차원의 실질적 대응을 선택했다.

자살률은 통계 수치이기 이전에 삶을 포기한 누군가의 이야기다. 특히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화성시는 인구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정신적 위기를 겪는 이들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시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보고 있다.

핵심은 ‘24시간 열린 통로’다. 정 시장의 1호 공약이자 1호 결재사업으로 시작된 ‘화성특례시장 핫라인 031-5189-1393’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밤낮없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1,537건의 상담이 이루어졌고, 해마다 상담 건수는 늘고 있다. 가장 많이 전화를 건 이들은 30대 여성. 그들의 목소리에는 정신적 고통, 신체적 피로, 그리고 말 못할 불안이 담겨 있었다.

이 핫라인은 단지 전화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 꾸준한 후속 상담이 이어지고,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도 지원된다. 때로는 복지서비스와 연결되고, 위급 상황에서는 경찰과 소방이 즉시 출동해 생명을 구하는 데 나선다.

화성시는 지난 4월, 봉담읍에서 17개 기관이 모인 자살예방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 보건소, 주민자치회, 대학, 고용복지센터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 회의에서 시는 자살로 내몰리는 구조적 원인을 함께 분석하고, 기관 간 유기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1개 읍면동 45개 기관이 참여해 자살 고위험군을 찾고, 생명지킴이 교육을 진행하며, 위험수단을 차단하는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마을 안에서 생명을 지키는 힘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노력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화성시는 2022년 제정한 ‘정신건강 증진 및 위기대응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24시간 공공 정신응급 병상 확보, 경찰·소방과의 공조 시스템도 마련해놓았다.

정명근 시장은 “자살은 결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외롭게 고통받는 이들을 이웃과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으로서 가장 먼저 약속드린 공약이 바로 자살예방이었다”며 “모든 부서와 기관이 손을 맞잡고 생명존중 도시 화성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끝자락에 선 누군가를 붙잡는 건, 결국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일지도 모른다. 화성시는 지금, 그 손을 내밀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