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김재훈 의원(좌)과 유영일 의원(가운데)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사진=경기도일간기자단
(뉴스영 이현정 기자) 총사업비 4,122억 원 규모의 ‘인덕원 인텐스퀘어 도시개발사업’이 16일 첫 삽을 떴다. 경기도와 안양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함께 추진하는 광역급 개발사업이지만, 착공식 현장에서는 경기도의회를 사실상 배제한 의전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GH 지분 60%인데… 주도권은 안양시 행사
인덕원 인텐스퀘어는 GH가 60%,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각각 20%씩 지분을 가진 사실상 경기도 주도 사업이다. 그러나 착공식은 ‘안양시 주관 행사’라는 명분 아래 시청 의전 중심으로 진행됐다.
행사 인사말과 축사는 최대호 안양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준모 안양시의회 의장, 민병덕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졌다. 정작 사업 심의와 예산을 책임져온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내빈 소개 외에는 발언권조차 얻지 못했다. 현장에는 유영일(국민의힘·안양5), 문형근(민주당·안양3), 김성수(민주당·안양1), 김재훈(국민의힘·안양4), 김철현(국민의힘·안양2), 장민수(민주당·비례) 등 6명의 도의원이 참석했지만 철저히 ‘패싱’당했다.
특히 전반기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을 지낸 유영일 의원은 부위원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으나, 인사말조차 하지 못했다. 김동연 지사가 축사에서 “유영일 위원장이 전반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음에도, 의전 운영은 끝내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성과보고마저 시청 과장이… “공기업은 들러리”
이날 성과보고를 맡은 이는 GH가 아닌 안양시 신성장전략과 이장우 과장이었다. 지분 60%를 가진 GH가 보고권조차 행사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성과는 시장이 독점하고, 향후 사업 책임은 공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사회 반응도 냉랭하다. 주민들은 “민주당 소속 지사·시장·의장·국회의원만 인사말을 하고, 도의원들은 철저히 들러리로 세웠다”며 “도의회를 배제한 것은 결국 도민 대표기관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유영일 의원이 차기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의도적 견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 성과 독식, 책임 전가 구조… 제도 보완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기초단체 주관이라는 명분으로 도의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전형적 패싱”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광역·기초·공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에서 도의회가 행사에서마저 배제된다면 협치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성과는 시장이 가져가고, 문제가 터지면 공기업이 책임지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처럼, 이번 착공식 의전은 향후 지방사업 운영의 불균형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경기도의원 등 관계자들이 착공식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일간기자단
“도의회 위상 보장 장치 마련해야”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회가 단순히 행정사무감사 권한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도민을 대표하는 공식 의결기구로서 행사 현장에서도 위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의회를 들러리로 세우는 ‘패싱 의전’이 반복된다면, 도민 대표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