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영 공경진 기자) 가상화폐 과세 논란은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되, 공제 한도를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과세를 2년 유예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이 현 상황에서 더 적합하다고 본다. 급변하는 시장과 제도적 준비 부족을 고려할 때, 과세의 유예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민주당의 입장은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고, 가상화폐 소득을 과세 체계에 포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분명 공평한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 조정하려는 시도는 소규모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과세를 서두르면 의도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문제는 소득 파악의 현실적 한계다. 가상화폐는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소별로 데이터 보고 기준이 다르고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 과세 시행 시 일부 투자자들은 소득을 누락하거나 신고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세수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실히 신고한 투자자들에게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시장 불안정성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다른 금융시장보다 변동성이 크고 투자 심리가 민감하게 작용한다. 과세 소식만으로도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하거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특히 가상화폐에 많은 관심을 가진 청년층에게 이러한 변화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미 주식, 부동산 등 기존 투자수단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가상화폐 과세는 자산 형성의 또 다른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제도적 준비 미흡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합적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태다. 과세를 위해서는 거래소와 정부 간의 데이터 공유와 소득 신고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 없이 과세를 시행하면, 행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의 신뢰를 훼손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국민의힘의 2년 유예 주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접근으로 보인다. 유예 기간 동안 정부는 시장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거래소와 협력하여 소득 파악 체계를 개선하며, 국제적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글로벌 과세 체계를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 없이는 과세가 오히려 시장 위축과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물론 과세 유예에도 단점은 있다. 세수 확보 지연은 단기적으로 국가 재정 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유예 기간이 반복될 경우 정부가 제도를 완비할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예 기간 내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법적·행정적 장치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과세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과세가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정책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과세 유예 기간을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예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와 세밀한 제도 설계를 통해 과세가 국민에게 불필요한 부담이 아니라 공익적 기여로 여겨지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 과세는 필요하지만 지금 시행하기엔 시기상조다. 2년 유예는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급한 시행보다 철저한 준비와 공정한 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세는 신뢰를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정책은 성급함이 아닌 신중함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