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면 문화와 습관이 먼저 바뀐다.

이민희 소장 승인 2023.02.16 16:53 의견 0
이민희 소장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을 한번씩 겪고 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습관이 바뀌는 것 같다. 지난 3년간 코로나 19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속에 살았고 아직까지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실내외에서 마스크도 벗고 일상으로 돌아 가라고 해도 아직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 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40대들은 1997년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의 금융 위기인 IMF를 겪으면서 돈에 대한 가치관이나 관리 방법이 바뀌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보증의 문화가 바뀌고 사라졌다. 70대 중반 이후의 세대들은 6.25를 겪으면서 세뇌 받은 반공 교육이 아직까지도 보수성향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일제 강점기를 겪은 80대 후반의 어른들은 너무나도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말 수가 적어지고 남을 믿지 못하는 습관이 평생 가는 것 같다. 역사적인 커다란 사건을 한번 겪고 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습관이 먼저 바뀌는 것 같다.

기회만 되면 떼로 몰려 다니면서 으쌰 으싸하는 한국인들의 특성도 이번 코로나로 인하여 문화와 습관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남의 집 경조사라면 열 일 제치고 따라다녔던 사람들도 코로나 19로 “마음 전하는 곳”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풍습이 생겨나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통장으로 송금해주면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간단하게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했던 사람들도 동문회,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등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예식장 하객이 적거나 장례식장 문상객이 적으면 자식들이 어떻게 살았길래 손님이 없냐고 흉보던 문화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식장에 하객이 없어도 장례식장에 문상객이 없어 썰렁해도 이를 흉보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있고, 잔치집에는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라는 아쉬운 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학창 시절에 IMF 외환 위기를 겪었다. 아무것도 모를 나이 였지만 통학 버스 안에서 “누구네 건물이 IMF로 넘어 갔데” “누구 아버지가 부도를 맞아서 가족만 두고 떠났다” “금리가 올라 감당을 못하고 누구네 집은 경매로 넘어 갔다고 한다” 라는 얘기가 화제였고, 뉴스에서도 연일 IMF 외환 위기 얘기 뿐이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속에 생을 마감한 사람도 많았던 것이 IMF로 기억이 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19는 IMF보다 더 길고 지루하고 어렵기도 하고 전염병으로 인한 고통도 길었지만 IMF 직후처럼 도산하거나 가족들을 두고 떠나거나 재산을 잃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우리 사회의 중심 세대들이 이미 IMF때 아픔을 한번 겪어서 지혜롭게 대처를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환경의 변화가 꼭 네거티브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을 높이고 자생력을 높여 주고 생활력을 강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70년대 오일 쇼크를 두 번이나 겪은 세대들은 지금도 자나깨나 기름 절약, 전기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영하로 떨어져도 기름값 아끼려고 보일러 키는 것을 미루고 가까운 거리는 건강에 좋다는 핑계로 걸어 다니기 일쑤인 것은 오일 쇼크를 겪어본 세대들 만이 느낄 수 있는 절약 문화와 습관의 변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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