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9일 오후 한국 자동자 부품기업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뉴스영 이현정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5%에 달하는 미국의 고율관세 위기에 처한 경기도 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 본격적인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3월 31일 평택항에서 열린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비롯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대응이 전무하다”며 “현실적으로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절박한 호소를 쏟아낸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한 업체 관계자는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납품업체가 관세를 전부 부담해야 한다”며 “4월부터 100억 원 규모의 관세를 맞게 되면 버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도라도 우리를 대신해 미국 완성차 업체와 관세 협상을 위한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지사는 간담회 직후 도청 관계자들에게 미국 미시간주 주정부와의 공식 접촉을 지시했고, 곧바로 미시간주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미시간주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 본사가 위치한 핵심 산업지역이다.
김 지사는 13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현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첫 일정으로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했다. GM으로부터 22차례 우수 부품업체로 선정된 광진아메리카는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경기도 기업이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정책은 국제경제를 흔드는 자해적 행위”라며 “한국 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와 미시간주가 협력할 여지가 크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9일 오후 한국 자동자 부품기업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해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간담회에 참석한 현지 임직원들은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영업이익 대부분이 증발하고,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연방정부가 아니더라도 주정부 차원에서 세제감면이나 투자 인센티브와 같은 현실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지사는 10일에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 앞서 김 지사는 현지에 진출한 경기도 내 자동차 부품기업 7개사와 함께 ‘관세 공동 대응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실질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방미 일정은 김 지사가 도내 기업인들의 호소에 응답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정부 수장의 발 빠른 외교 행보가 도내 기업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