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실 전경
(뉴스영 공경진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이 진행됐다.
이제 헌재의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이 중단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헌법에서 말하는 ‘형사소추’는 기소뿐만 아니라 재판 수행까지 포함하는 것이 다수설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재판도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헌법학자 다수의 견해"를 근거로,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법원이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헌법 조항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 주장이다.
헌법 제84조의 본래 취지는 대통령이 재직 중 새로운 형사 기소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선, ‘형사상 소추’라는 표현 자체가 ‘기소(공소 제기)’를 의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소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은 ‘소추’와 구별되는 사법 절차다. 즉, 헌법이 대통령의 기소를 금지하는 것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국정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지, 이미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까지 멈추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법원이 진행 중인 재판을 멈춰야 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독립된 기관이며, 대통령이라 해도 법원의 판단을 거스를 권리는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논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형사 기소된 정치인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선 출마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헌법 제11조가 보장하는 ‘법 앞의 평등’ 원칙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국민은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그렇다면 형사 기소된 정치인이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는 순간 재판이 자동 정지된다면, 법치주의는 어떻게 되는가? 국민들은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지 않는 사례는 있지만,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이 자동 중단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사임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기소되었지만 재판을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 역시 현직 대통령은 형사 기소되지 않지만, 재임 전에 기소된 사건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에서만 대통령 당선이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시키는 근거로 작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결국, 이 문제는 대한민국 법원,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을 유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을 위한 방패일 수는 있어도, 형사 책임을 면제해 주는 면죄부는 아니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진행 중인 재판이 자동으로 중단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