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영 이현정 기자)
메탈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접목해 독창적인 사운드를 창출하는 밴드 델리움. 이들은 발라드, 재즈, 락, 젠트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메탈의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정신으로 특별한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델리움의 음악은 전통적인 메탈의 강렬함을 유지하면서도 매력적이고 확실한 멜로디라인을 강조한다. 또한, 스크리밍이라는 전형적인 메탈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들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제1회 매버릭 스테이지 TOP5에 선정된 팀으로서 네 멤버—한성재(베이스), 정지화(보컬), 이가빈(기타), 박정우(드럼)—가 그들의 음악적 비전, 창작 과정, 그리고 밴드로서의 도전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의 개성과 음악적 색깔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델리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델리움이라는 팀을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나요?
한성재(베이스): 처음에는 제가 일본 락 메탈 곡들을 커버하면서 음악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곡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취향만 맞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인품, 그리고 음악적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이가빈(기타)과 함께 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결성하고 새로운 멤버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결국 박정우(드럼)와 정지화(보컬)를 영입해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되었습니다.
Q2. 델리움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과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정지화(보컬): 저희는 주로 반전(anti-war) 메시지를 담은 곡을 많이 다룹니다. 예를 들면, 'Lucifer'라는 곡에서는 전쟁의 참혹함과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총소리와 유사한 드럼 비트로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한성재(베이스): 저는 포용과 이해 없이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낙화'라는 곡은 현대 사회인의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자기 비하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내적갈등을 담고 있죠. 여러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는 힘든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가빈(기타): 저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과 힘을 주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이 제게 위로와 힘을 줬듯이, 저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 하반기 발매 예정인 곡 중에서 '암네시아'의 마지막 후렴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지난 시간 아래에 서서 널 찾아 헤매고 있어"는 특히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박정우(드럼): 저는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보다는, 연주자로서 그 사람의 보이스와 이야기들을 연주를 통해 표현하고 교감을 형성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Q3. 첫 곡을 발표했을 때의 기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한성재(베이스): “아쉬움”
정지화(보컬): “Spark!”
이가빈(기타): "신기해"
Q4. 현재 직장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무엇인가요?
한성재(베이스): 음악을 만들 때는 내면의 감정을 깊이 탐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음악적 계획이 지체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정지화(보컬):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간 부족입니다. 생업 때문에 음악에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것이 큰 부담입니다.
이가빈(기타): 연습이나 곡 작업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일상에서 음악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박정우(드럼): 일을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지치고, 음악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어 음악에 대한 열정이 해이해질 때가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Q5. 음악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가장 큰 실패나 좌절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한성재(베이스): 음악으로만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밴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좌절하고 힘들었지만, 결국은 음악이 있었기에 그 모든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현재의 델리움이 있게 되었습니다.
정지화(보컬) : 보컬로서 곡이 요구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소화하기 위해 때로는 정석적인 발성을 우회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본래의 소리를 잃게 되죠. 그래서 클래식 테너들의 발성법을 공부하며 그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가빈(기타): 경연대회에서 연이어 떨어지거나 공연을 해도 성장을 느끼지 못할 때, 막막함과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밴드의 방향성을 재고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박정우(드럼): 한때 ‘나’를 ‘남’과 비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교는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계속 굴레 속에 갇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진 그대로를 보여주니 이전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Q6. 밴드의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그 순간이 특별했던 이유가 있나요?
한성재(베이스): 2023년 포항 메탈락 경연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7시간을 대기한 후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공연을 했는데,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인정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정지화(보컬): 4월경 부산에서 공연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열광적인 관객들과 함께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과거에 부산국제락페스티벌에 출전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가빈(기타): 저도 포항 메탈락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순간의 아드레날린과 성취감이 머리끝까지 올라온 순간이었습니다.
박정우(드럼): 특정한 공연 하나만을 꼽기는 어렵지만, 매 공연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그 순간들이 모두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Q7. 델리움의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요?
한성재(베이스): 멤버들이 각자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를 델리움이라는 밴드와 음악으로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사하게도 불러주시는 클럽이 있어 클럽 공연과 여러 경연에 출전하여 기회를 쌓으며 델리움이 앞으로 있을 여러 목표지점으로 가기 위한 밑천을 쌓는 중입니다.
정지화(보컬): 락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에 서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우리 음악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가빈(기타): 제 이름으로 된 곡을 발매하고, 밴드로서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이 꿈입니다.
박정우(드럼): 연주를 통해 청중과의 교감을 더 많이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편식없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하며, 그 본질을 연주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Q8. 직장인으로서 인디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나 지원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한성재(베이스):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 장르와 트렌드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인디 밴드들이 눈앞의 관객 동원과 대중의 입맛에만 맞추어 음악을 제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틀에 맞춰 동화되어 가는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정지화(보컬): 레코딩과 믹싱 과정에서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공연 기회의 제공이 아쉽습니다. 실력 있는 밴드들을 위해 체계적인 로드맵이 제시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가빈(기타): 저희 밴드는 메탈과 락 사이에 걸쳐져 있어 특정 컨셉의 공연에 끼기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는 경연대회를 선호하지만, 대중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 부분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9. 나의 (밴드) 음악이 한 영화의 주제가 된다면, 어떤 영화와 어울릴 것 같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성재(베이스): 저희 음악은 메탈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담고 있어 여러 히어로 시리즈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특히 감성이 다크해서 마블보다는 DC의 영화와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정지화(보컬):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Spark’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을 영화 '슬램덩크'에서 북산의 공격이 전개되는 과정과 함께 사용한다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가빈(기타): 영화 '콘스탄틴'의 루시퍼와 저희 음악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박정우(드럼): 20대 초중반에는 영화 '위플래쉬'가 자주 떠올랐어요. 그때는 계속 남과 비교하면서 고민하고 연습하던 시절이었는데, 같은 드러머로서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Q10. 스타 뮤지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누구와 협업하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성재(베이스): 인스트루먼탈 밴드 Polyphia와 협업해 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익숙하면서도 독창적인 연주와 음악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지화(보컬): 이적과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음악가라고 생각하고, 밴드 음악과 잘 조화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브로큰발렌타인이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리메이크한 것처럼 말이죠.
이가빈(기타): 후지이 카제와 협업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세계와 델리움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정말 궁금해요.
박정우(드럼): 성시경과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맞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Q11: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요?
한성재(베이스): 개인의 여유와 안정이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델리움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메탈 밴드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충격요법을 통해서라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지화(보컬): 락음악이 추구하는 정신은 저항과 자유라고 생각해요.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스콜피온스가 베를린 장벽에서 공연한 것처럼, 상징적인 장소에서 공연하거나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가빈(기타): 음악, 특히 밴드 음악은 규정된 장르가 없다고 생각해요. 마릴린 맨슨이나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처럼, 단지 4분짜리 청각 효과가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힐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박정우(드럼): 전 세계적으로 공연 예술 문화가 더 발전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음악 편식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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