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수원시 입북동에서 열린 현장시장실에서 이재준 수원시장이 주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수원시


(뉴스영 이현정 기자) “길에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어요”

71세 전상옥 씨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30년 넘게 이어진 생활 불편이 끝나기 때문이다.

전씨의 집은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벌터’ 마을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반경 1km 안에 대형마트가 두 곳이나있지만, 상수도와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지하수를 길어 쓰고, LPG 가스통을 겨울마다 쌓아두며 버텼다. 수차례 민원을 냈지만 부서·기관·토지주 이해관계가 얽혀 ‘불가’ 답변만 돌아왔다.

전환점은 지난 6월 12일, 동 행정복지센터에 놓인 파란색 민원함이었다. 이름부터 독특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조선시대 백성이 북을 치며 억울함을 알리던 격쟁(擊錚)에서 착안했다. 전씨는 수도·가스 연결을 해달라며 신청서를 넣었다.

수원시는 곧바로 TF를 꾸렸다. 현장조사, 부서 협의, 도로보상 문제까지 풀리자 상수관·가스관 신설을 결정했다.

이재준 시장은 현장을 찾아 “10년 넘게 묵힌 민원이 100일 만에 풀렸다”며 “행정이 움직이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 100일간 1,658건...형식 없이 ‘무제한’ 접수

‘폭싹 민원함’은 5월 1일 시청·구청·44개 동 행정복지센터 등 50곳에 설치됐다. 제한은 없었다. 도로·안전·환경·복지·문화 등 무엇이든 적어 넣으면 됐다. 온라인 ‘새빛톡톡’도 열었다.

100일간 1,658건이 몰릴 정도로 시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는 접수 당일 ‘감사 문자’를 보내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가 수원의 일상을 더 낫게 만든다”며 기존처럼 ‘접수 완료’만 보내는 알림 관행을 깼다.

■ TF가 직접 논의, 우선순위는 ‘안전’

민원은 매주 모아 TF 회의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기획조성실장부터 각 부서 팀장급까지 참여했다. 안전 민원은 최우선 처리했고,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앴다.

불가 판정이 났던 민원도 재건토했다. 6월 9일 ‘수인선 상부공원 화장실·개수대 설치’ 요구가 대표적이다. 과거 ‘예산·부지 문제’로 거절됐지만, TF와 현장 점검 후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과 연계해 추진키로 했다.

■ 범위 넘어도 ‘끝까지’...중앙부처 건의까지

시 소관이 아닌 민원도 손 놓지 않았다. 5월 27일 영통구청에 들어온 ‘혼인신고 절차 간소화’ 민원은 법 개정 사안이었지만, 시는 현황·문제점·개선 방안을 정리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에 건의했다.

■ 현장에서 답 찾는 ‘응답 행정’

교통 민원은 시 교통정책과가 경찰서와 함께 현장조사를 했다. 신호등·황딘보도 설치 여부를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 상정했다. 쓰레기·악취 민원은 환경위생과가 현장을 찾아 개선 셰획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민원은 단순 처리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씨앗”이라며 “시민과 함께 해답을 찾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수원시는 민원 데이터화를 추진한다. 지역별 민원 유형·분포·처리 결과를 분석해 정책 방향을 세울 계획이다. ‘폭싹 민원함’은 단순한 접수함이 아니라 시정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