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마감과 연주 사이 _ 만화가 밴드 '킹수마키'의 슬기로운 밴드 생활

제1회 매버릭 스테이지 TOP5 인터뷰

이현정 기자 승인 2024.08.22 16:42 | 최종 수정 2024.08.22 22:33 의견 0
(왼쪽부터) 성인수(베이스), 김저키(기타), 박해성(기타), 이재국(보컬, 드럼)


(뉴스영 이현정 기자)

'킹수마키'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밴드로, 전원이 만화가라는 이색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꿈은 뮤지션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 만화가가 되어 있었다”는 이들의 자조 섞인 농담 속에는 음악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다. 이들은 만화와 음악이라는 두 가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킹수마키의 음악은 탄탄한 실력 위에 만화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찌질하면서도 찬란했던 아련한 청춘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킹수마키의 결성기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과 목표, 그리고 뮤지션으로서의 고충과 꿈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유쾌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1. 어떻게 팀을 결성하게 되었나요?

이재국(보컬, 드럼) : 시작은 성인수(베이스) 작가와 바킹독(기타) 작가가 어쿠스틱 블루스 잼을 위해 모인 것 부터였습니다. 기존에 두 분을 알고 있던 저는 구경도 하고, 영상도 찍어드릴 겸 해서 같이 만났는데, 음악 얘기를 하다 보니 장르적으로나 음악적인 성향 면에서나 비슷한 결이 있어서 '밴드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셋이서는 원하는 소리를 내기에 부족해서 바킹독(기타)의 지인인 김저키(기타)작가를 데려왔고, 그렇게 킹수마키가 결성됐습니다.

김저키(기타) : 레진코믹스 <니 친구 김저키> 207, 208화 '만화가 밴드 킹수마키'편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2. 음악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메시지를 담은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메시지라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된 곡은 최근 발표한 'Someday I Will'이라고 생각합니다. 궤도에 오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지망생'이 느낄 만한 감정을 노래했거든요.

성인수(베이스): 아직은 발견 단계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다들 각자의 일상이 바쁜 30대 중후반의 아저씨들이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연주를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즐거운 아저씨들’의 에너지가 관객을 한 번이라도 웃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바킹독(기타): 세상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그에 비하면 자신은 초라하지만 결국 지지 않는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킹수마키 앨범의 <Someday I'll>과 <황홀경>의 메시지가 그렇습니다.

김저키(기타): 제가 청소년기에 멋진 밴드들을 보며 느꼈던 '나도 밴드하고 싶다!'는 욕망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아요.

3. 첫 곡을 발표했을 때의 기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이재국(보컬, 드럼) : "(당시로서는)최선"

성인수(베이스) : "큰일났다"

바킹독(기타) : "현실부정"

김저키(기타) : "부끄부끄“

4. 현재 직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아무래도 모든 직장인 밴드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일 것 같은데, 음악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웃풋(작사/작곡)을 내놓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매끄럽게 다듬는 데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시간인데, 직장과 병행하다 보면 집중력과 시간 둘 다 잡지 못하는 날이 많으니까요.

성인수(베이스): 나이가 점점 들어보니 체력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는 일이 독특해서 업무 시간이 꽤 긴 편인데, 다 끝내고 합주를 하러 모이면 체력이 조금 부족한 부분에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바킹독(기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기타 연습을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김저키(기타): 일을 해야 되는데 기타가 못 하게 가로막습니다.

5. 음악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가장 큰 실패나 좌절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혹은 진행 중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음악 활동에 '실패'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곡이 원하는 느낌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실망 비슷한 것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걸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멤버들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는 게 아닐까 싶네요.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번뜩번뜩 나오거든요.

성인수(베이스): 아직 내 베이스 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아서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고민이 많습니다.

바킹독(기타): 나이는 먹어가는데 기타 실력은 늘지 않는 초조함... 매일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저키(기타): 보컬 없이 진행된 인생 첫 공연! <니 친구 김저키> 10화 '전설의 라이브' 편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6. 밴드의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그 순간이 특별했던 이유가 있나요?

이재국(보컬, 드럼) : 공연 중에 김저키(기타)의 기타줄이 끊어졌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새 줄로 가는 동안 멘트라도 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하나 싶었는데, 바킹독(기타)의 제안으로 잼을 시작했어요. 즉석에서 가사도 붙이면서 시간을 끌다가, 기타줄을 교체한 김저키(기타)가 ‘김저키 BLUES’를 시작하면서 그림 같이 합류했는데 타이밍이 정말 완벽해서 관중들 반응도 정말 좋았습니다.

바킹독(기타) : 합주하면 늦게 끝나서 집에 들어오고, 공연한다고 주말 비우면 아내에게 늘 미안했는데 아내가 애들과 함께 공연 보러와서 응원해줬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저키(기타) : <니 친구 김저키> 268,269 '킹수마키 두번째 라이브'편을 보시면...(후략)

7. 음악 외에 팀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팀 빌딩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재국(보컬, 드럼) : 어떤 멤버에게 어떤 사정이 생기든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점이 저희의 특별한 유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수(베이스) : 만화가들이다보니 함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가서 보거나, 음악관련 밈들을 카톡방에서 자주 나눕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경우 다들 바빠 아무도 반응 안해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상처받지 않아야하는 것 같습니다.

바킹독(기타) : 같이 농담을 많이 합니다. 단톡방에 락 음악밈도 올립니다.

김저키(기타) : 마감의 고통이 저희를 결속시킵니다!

8. 앞으로의 음악적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이재국(보컬, 드럼) : 반쯤 우스갯소리로 10만 관중 앞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라고 하고 다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저희 노래를 들어주시고, 저희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도 저희가 꾸준히 노래하고 저희를 홍보해야겠죠.

성인수(베이스) : 우리가 가진 재능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고, 꾸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늙어서도 그 모습에 맞는 음악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김저키(기타) : 명확한 목표는 없습니다! 큰 노력은 하지 않는 선에서 이룰 수 있는 만큼만 이루고 싶어요.

바킹독(기타) : 펜타포트에 서고 싶습니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곡도 만들고 있습니다.

9. 직장인 (인디) 밴드 활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나 지원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 인디밴드들이 노출될 만한 행사나 자신들을 홍보할 창구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성인수(베이스) : 배움의 기회가 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면 직장인 밴드 멤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벨업을 위한 파트별 교육이 진행되면 좀 더 양질의 공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킹독(기타) : 돈 받는 공연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받는 금액도 조금 더 많으면 좋구요

김저키(기타) :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가는 문화가 2000년대 초반처럼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출처:@kingsumaki


10. 가정형 질문입니다. 내가 (밴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월드투어 같은 걸 하면 그 자체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그냥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네요.

성인수(베이스) : 한국에서는 금지된 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싶어요.

바킹독(기타) : 헤리테이지 H150 기타 사고 싶습니다. 아내가 음악으로 돈 벌면 사라고 해서요...

김저키(기타) : 수십만 명 앞에서 쌍욕을 하고도 환호 받고 싶습니다.

11. 나의 (밴드) 음악이 한 영화의 주제가 된다면, 어떤 영화와 어울릴 것 같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 특정 영화를 꼽자니 떠오르는 작품은 딱히 없지만, 소년 성장물 같은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가 다 작가다 보니 어울리는 영화를 생각하기보단 곡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머릿속에서 만들어버리는 쪽입니다. 저희 노래가 전부 O.S.T.로 쓰이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성인수(베이스) : 킹수마키 음악은 성장형 청춘물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청춘의 멜로보단 성장과 좌절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에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나중에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의 O.S.T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바킹독(기타) : 청춘물(?), 거칠지만 풋풋하고 에너지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과 어울리면 좋겠습니다.

김저키(기타) : 제가 그릴 웹툰이 애니메이션화가 될 때를 위해 아껴 놓겠습니다.

12. 스타 뮤지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누구와 협업하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 Foo Fighters와 협업해 보고 싶습니다. 사실 그냥 만나서 인사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브 그롤은 저의 신이자 영감이거든요.

성인수(베이스) : 개인적으로는 250. 팀으로 볼 땐 잘 모르겠지만 해주기만 한다면 그저 감사합니다.

바킹독(기타) : 잭 화이트! 그는 기타의 신입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김저키(기타) : 팜하니. 이유는... 비밀!

13.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요?

이재국(보컬, 드럼) : '지금 힘들어하는 너의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여기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 안에 있는 힘듦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꺼내어 노래로 만드는 게 최선이겠죠.

성인수(베이스) : 개인으로는 사사로움이 중요하니 꾸준히 잘 길러진 사사로움을 그 속에 오는 ‘희노애락’으로 표현되면 좋겠습니다.

바킹독(기타) :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세상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저키(기타) : 와... 이렇게 거창한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질문을 받고 나니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네요. Imagine there's no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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