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축협농협 전경/사진=뉴스영


(뉴스영 이현정 기자) 수원축산농협(수원축협) 율전지점에서 발생한 상가 담보대출 부실 의혹이 화성·안산·의왕 등 인근 지역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면서 지방 2금융권 전반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축협 율전지점은 지난해부터 약 1년 동안 부동산 시행사 대표인 황 모 씨의 배우자와 자녀, 여동생, 처남 등 가족·지인 명의로 총 15건, 123억 원 규모의 상가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대출은 모두 지점장 전결 한도인 10억 원을 피하기 위해 9억 9천만 원 이하로 쪼개졌으며, 상가 자체는 미분양률이 높은 일명 ‘깡통 상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합원 일부는 “황 씨가 조합장과 친분이 있어 대출 심사의 허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이에 대해 “조합장이 대출 결재 권한은 없으며, 관련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 실행 방식이 수원축협 율전지점뿐만 아니라 화성·안산·의왕 등 인근 축협과 단위농협·신협 등에서도 유사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황 씨 가족·지인을 통한 ‘쪼개기 대출’ 규모는 총 4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 관계자는 “단일 인물과 가족을 통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일 구조의 대출이 반복됐다는 것은 개별 지점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통제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대출 담당 직원 A 씨는 대출 실행 과정에서 황 씨로부터 상가와 외제차 등 약 39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송치됐다. 특히 A 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도 해당 상가를 분양받아 ‘셀프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율전지점의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6월 30일 명예퇴직으로 조용히 물러났다. 이에 대해 수원축협 조합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명예퇴직한 것은 책임 회피성 조치로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원축협 본점 관계자는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정년을 2년 앞두고 있었고, 명예퇴직 자격이 되는 시점에서 신청한 것일 뿐 사건 축소나 책임 회피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황 씨의 다른 대출 전력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수원축협 측은 “대출 관련 사고 발생 시 손실 충당금 등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자금이 준비돼 있어 조합원과 예금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대출 담당 직원만 조사를 받고 있지만, 지점장과 부지점장의 책임이 확인될 경우 동일한 절차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이 알려진 뒤 조합장이 일부 조합원들과 해외 출장을 떠났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수원축협은 “조합장은 대출 결재권한이 없으며, 사건 발생 이후 단호히 엄정한 조치를 지시했다”며 조합장 연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공모나 감사 회피 정황이 밝혀질 경우 조합장 및 지점장 직무 정지, 여신 제한, 형사 고발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실패로 보고 금융당국 차원의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왕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은 “현재 관련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이 인근 금융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