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왼쪽부터)
(뉴스영 공경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강수를 던졌다.
당원투표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새벽 회의에서 사실상 박탈하고, 무소속 한덕수 전 총리를 새로운 후보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지도부는 이를 '단일화'라고 표현하지만, 그 실체는 명백히 강제 교체다.
단일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해 중도 확장을 도모하고, 후보 간 연합을 추진하는 것은 전략적 필요다. 하지만 그 전략조차 당원들의 선택과 절차를 무시한 채 추진된다면, 단일화는 통합이 아닌 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더욱이, 이번 단일화 시도는 실질적 효과조차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가 5월 1주차(4월 29일~5월 1일, 1,001명 대상) 발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42%로 단연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덕수 후보는 13%, 김문수 후보는 6%에 그쳤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도 19%로, 이재명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주요 여론조사 결과들도 이 흐름과 다르지 않다. 지지율 수치상으로도 단일화의 승산은 없다.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지지율 합산 시 승산이 있어야 하고, 지지층 이전이 원활해야 하며, 지지율 격차가 크다면 사퇴 후보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현재의 시도는 이 중 오직 하나, 지지층 성향의 유사성 정도만 충족시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비대위와 선관위를 동원해 밤샘 회의를 열고 ‘재선출’이라는 이름으로 김 후보를 갈아치운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당원들이 직접 선택한 후보가 지도부 의지 하나로 지워지는 모습을 보고 누가 이 정당의 절차를 신뢰하겠는가. 이는 선거 전략 이전에 정당의 기본, 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다.
한덕수 후보가 필요하다면, 마땅히 당원과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입되고 지명돼야 한다. 지금처럼 억지로 판을 짜듯 밀어붙인다면 그 누구도 감동하지 않는다. 더구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온 보수의 핵심 지지층은 이미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감정이 정치의 본질임을 모르는 정치가 가장 위험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원들이 투표로 선출한 후보를 하루아침에 지우고, 절차 없는 후보 교체를 감행한 순간부터 대선 전략은 실종됐다. 그 어떤 단일화 논리도, 중도 확장 명분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 남은 것은 상처 입은 당심, 분열된 보수 진영,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지지자들뿐이다.
당 지도부는 과연 대선 승리에 뜻이 있는가. 아니, 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있었던가. 이처럼 졸속이고 강압적인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한, 국민의힘은 더 이상 국민도, 당원도, 승리도 얻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건 후보 교체가 아니라 지도부 교체다. 정치의 기본이 무너진 정당에 어떤 승리도 허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