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개헌(사진=뉴스영)

(뉴스영 공경진 기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됐다. 헌정사 세 번째 대통령 탄핵재판이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파면된 사례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이 다시 한 번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이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강한 경고다.

헌재의 결정 이후 여론은 양분됐다. 한쪽에선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응징이라 평가했고, 다른 한쪽에선 정치적 탄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곳곳에서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정치권 역시 정국 주도권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묻혀 있다. "왜 우리는 자꾸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 때문이고, 그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1987년 헌법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체제다. 5년 단임이라는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임기 동안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방법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국정의 성공도 실패도 결국 대통령 한 사람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점차 작아지는 구조 속에서 상징적인 ‘선택’과 ‘구조의 변화’, 제왕적 권력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하자.(사진=뉴스영)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는 승자독식 구조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모든 권한을 장악하게 되고, 그 결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주요 기관 수장은 물론이고 지역 단체장과 위원회 구성원들까지 대거 물갈이된다. 정책의 연속성과 공공 행정의 신뢰는 그때마다 무너진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개헌보다 민생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정치권의 셈법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민생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이 바로 이 불안정한 권력 구조 때문은 아니었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복지, 부동산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주민들은 그때마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

개헌은 정치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국민이 더 자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며, 지역과 일상에 더 가까운 행정을 가능하게 한다. 특정인을 향한 분노를 넘어서, 제도를 바꾸는 선택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그 선택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다.

현실적인 대안은 분명하다. 외교와 안보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 혹은 국회 중심의 내각제도 하나의 해법이다. 핵심은 권력의 수직 집중을 해체하고, 협치와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명확히 하는 구조가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정치 구조의 변화는 국민의 삶에 직결된다. 교육정책만 보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가 뒤집혀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안정된 시스템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기본 골격은 유지되고, 공공서비스의 신뢰도 높아진다. 기업과 노동자도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개헌은 또 다른 차원에서 지방자치의 실질화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은 중앙 권력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 그러나 자치분권형 개헌은 지방정부에 실질적 권한을 넘겨주고, 지역 문제는 지역이 주도해 해결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주민이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직접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치 시스템이 국민의 뜻을 더 자주, 더 명확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선거 한 번이면 5년 동안 사실상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탄생한다. 하지만 총리 중심의 내각제에선 국회 다수의 변화가 곧 정부 변화로 이어지고, 국민의 목소리가 보다 민감하게 반영된다.

조기대선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결정적인 기회다. 또 다른 제왕을 뽑는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개헌은 정치권의 권력 재편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