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문종의 한마디..선관위와 민주주의

김영식 승인 2020.02.28 20:01 의견 0

▲ 유문종이 전하는 수원이야기 이미지     ©

 

 유문종 소장 <수원2049 시민연구소>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입법부), 정부(행정부), 법원(사법부)와 헌법재판소 다음으로 규정되어 있는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7장은 [선거]라 명시하고 제114조 제1항에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되어있다.
 

투표는 물론이고 정당에 관한 일도 맡고 있다.


정당은 정당법 제2장 [정당의 성립] 제4조에 따라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되어있다.

 
선관위가 등록을 받아주지 않으면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 등록만하면 되는 일이니 선관위에서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며칠 전, 안철수를 중심으로 일단의 정치세력이 ‘안철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등록을 하려다가 거부당한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정 개인의 이름을 사용하면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 일을 보면서 정치인 안철수와 그와 함께 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선호를 떠나 당명조차 심사를 받아야 해야 하는가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떠났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이라 내심 선관위의 결정에 즐거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정인에 대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로 보여 진다.


추천된 권력이 민의를 대변하려는 정당의 이름까지 간섭하고, 판단하려는 왜곡된 민주주의 모습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앙선관위원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선관위가 민의를 모아가는 정당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거법47조는 정당의 후보자추천에 관한 사항이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당헌 당규로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하고, 후보자등록을 하는 때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 추천과정을 기록한 회의록 등 (앞의)제1호 및 제2호 전단에 따라 후보자가 추천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후보자명부에 첨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가 정당에서 추천된 비례대표 후보자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되었는지 심사하겠다는 말로 읽힌다.


이번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과정에 삽입된 조항이다! 연동형비례제도 도입으로 정신없는 마당에 어느 착한 정당이 자진해서 이 조항을 넣자고 했을까?


아마도 선관위에서 슬그머니 이 조항을 밀어 넣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해 본다. 선거법 등이 개정될 때마다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왔으니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아닐까?


최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선관위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비례 후보자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방송을 통해 나온다.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순간 선관위 권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당명을 이유로 실행된 정당 등록거부나,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민주적 절차를 근거로 한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거부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시민에게는 통쾌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린 선관위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민주주의는 소수의 현인에게 맡겨진 판단과 권한을 다수 시민에게 나누어주며 발전해 왔다. 임명된 권력이나 추천된 권력보다는 시민이 직접 판단하고 선출한 권력이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한다.


모름지기 정치는 주권자가 직접 선출한 권력이 제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한다. 정치가 실종되어 검찰이나 법원, 선관위가 그 정치를 대행해서는 위험하다.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민의를 반영한 사법정의를 외치던 민주시민이라면, 선관위가 갖고 있는 과잉된 권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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